
인각사 출토 공양구 일괄
청동병향로, 향합, 정병 등 여러 공양구가 한 맥락에서 확인되었다. 개별 유물의 조형뿐 아니라 실제 의례 조합과 당대 중국과의 기술 교류까지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일괄 자료이다.

역사의 향기를 따라 천년의 숨결을 만나다
불교중앙박물관 · 서울
이 전시는 『삼국유사』를 장소와 분리된 고전으로 다루지 않는다. 일연이 말년을 보낸 인각사라는 장소로 텍스트를 되돌리고, 문헌사와 발굴층위, 의례구, 비문, 고판본을 하나의 역사로 연결한다.
77건 195점 가운데 특히 중요한 것은 2008~2009년 발굴에서 확인된 불교 금속공예품 일괄이다. 이 유물은 일연보다 훨씬 앞선 시기부터 인각사에 중요한 의례 활동이 있었음을 보여 주며, 사찰의 역사를 13세기 인물사에만 한정하지 않게 한다.

인각사의 역사는 유적, 일연의 생애, 『삼국유사』라는 세 축을 함께 볼 때 비로소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청동병향로, 향합, 정병 등 여러 공양구가 한 맥락에서 확인되었다. 개별 유물의 조형뿐 아니라 실제 의례 조합과 당대 중국과의 기술 교류까지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일괄 자료이다.

종이, 판식, 인쇄 상태와 전래 흔적은 『삼국유사』가 추상적인 텍스트가 아니라 반복해서 간행되고 보존된 물질적 문화재임을 보여 준다.
민지가 글을 짓고 왕희지 글씨를 집자해 세운 비로, 일연의 생애와 인각사 주석, 구산문도회 개최를 전한다. 비가 파손된 뒤에는 여러 탁본첩이 원문과 원형을 복원하는 핵심 자료가 되었다.

일연을 저술가로만 보지 않고 선종 네트워크, 국사 책봉, 인각사와의 관계 속에 놓으면 『삼국유사』 역시 한 승려의 수행과 문헌 문화가 만든 결과물로 읽힌다.
이 전시의 가장 큰 장점은 물질문화와 문헌문화를 분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찰은 건축의 집합이 아니라 유물, 비문, 승려 전기와 이야기를 생산하고 보존하며 전달하는 기억의 장치로 드러난다.
인각사와 삼국유사는 한 고전을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책이 태어난 물질적 환경을 복원한다. 사찰, 의례구, 비문, 승려 네트워크, 파괴와 복원까지 연결함으로써 한국 불교의 기억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전승되는지를 보여 준다.